예레미야애가는 한 도시가 완전히 무너진 뒤에 쓰인 슬픔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가장 어두운 이 책의 한가운데에서, 시인은 뜻밖에도 매일 아침 새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긍휼을 노래합니다.
이 책은 예언자 예레미야가 예루살렘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뒤에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전 586년, 바벨론 군대가 성벽을 헐고 성전을 불태웠습니다. 사람들은 포로로 끌려갔고, 남은 이들은 잿더미 위에서 굶주렸습니다. 예레미야애가 1장부터 3장 앞부분까지는 그 참상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토해 냅니다.
그러다 3장 한복판에서 시선이 갑자기 바뀝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시도소이다"(예레미야애가 3:22-23). 상황이 나아져서 나온 고백이 아닙니다. 폐허는 그대로였습니다. 바뀐 것은 시인이 바라보는 방향이었습니다.
여기서 긍휼은 값없이 베푸는 하나님의 자비를 뜻합니다. 시인은 그 자비가 어제 것으로 소진되지 않고 아침마다 새로 도착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그가 이어서 이렇게 다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예레미야애가 3:24).
우리의 아침도 늘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어제 풀지 못한 일이 그대로 눈앞에 있고, 어떤 날은 눈을 뜨는 것부터 버겁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형편이 바뀌기를 기다린 뒤에 감사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폐허 위에서도 오늘 아침 새로 도착한 자비 하나를 먼저 세어 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눈을 뜨자마자 상황을 점검하기 전에 한 가지만 헤아려 보십시오. 밤을 지나 다시 아침을 맞았다는 것, 그것 하나가 이미 무궁한 긍휼의 증거입니다. 그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무너진 형편에 삼켜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침마다 새로운 긍휼로 저희를 살리시는 하나님, 저희의 형편은 여전히 어렵고 어떤 자리는 폐허와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아직 진멸되지 않은 것이 주의 인자 때문임을 고백합니다.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린 뒤에야 감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아침 받은 자비 하나를 먼저 세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만이 저희의 기업이시니, 무너진 자리에서도 주를 바라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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