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천사가 사람의 몸으로 땅에 내려와, 세 가지 질문의 답을 깨닫기 전에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 마지막 질문이 이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가 남긴 짧은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에 태어나 1910년에 세상을 떠난 러시아의 작가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가 1885년에 발표한 단편으로, 러시아 정교회 신앙을 배경에 두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쉬운 이야기로 전하려 한 작품입니다. 분량은 짧지만 그가 평생 붙든 물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난한 구두장이 세묜은 추운 겨울밤, 교회 옆에서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낯선 사내를 발견합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되돌아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입히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미하일이라는 이 사내는 그 집에서 여섯 해를 함께 살며 단 세 번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미소 지은 날, 자신의 정체를 밝힙니다. 그는 하나님께 벌을 받아 땅으로 추방된 천사였고, 세 가지 질문의 답을 깨달아야 다시 하늘로 부름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깨달은 답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사랑이며,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기 앞일을 내다보는 지혜이고,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획과 대비로 삶을 지탱한다고 믿지만, 정작 오늘 저녁의 일도 알지 못한 채 서로의 돌봄에 기대어 하루를 건넙니다. 얼어 죽을 뻔한 천사를 살린 것도 구두장이의 외투 한 벌, 곧 낯선 이를 향한 작은 사랑이었습니다.
여기서 분별할 지점이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이 사랑으로 산다는 통찰까지는 정확했지만, 만년으로 갈수록 기독교를 사랑의 실천이라는 도덕으로 좁히는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십자가의 대속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1901년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됐습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되, 한 가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그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성경은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랑의 근원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한일서 4:19). 사랑은 인간이 제 안에서 길어 올리는 덕목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부어 주신 것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같은 편지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한일서 4:20).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톨스토이가 그린 구두장이의 외투는 이 진리의 그림자입니다. 다만 그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해 사랑의 실천만 남기고 사랑의 근원을 지우면, 이야기는 그저 따뜻한 교훈으로 줄어듭니다.
짧은 이야기이니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다 읽은 뒤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사랑을 내가 만들어 내야 할 숙제로 여기는가, 아니면 먼저 받은 것을 나누는 일로 여기는가. 그 대답에 따라 같은 외투가 무거운 짐도 되고, 가벼운 나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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