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처음 문을 열던 날, 그 첫 순서는 토론도 표결도 아니었습니다. 기도였습니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임시의장 이승만은 한 목사 출신 의원에게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려 달라고 청했고,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은 그 기도로 첫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5월 10일, 유엔의 감시 아래 총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이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 198명이 5월 31일 중앙청 회의실에 모여 제1차 본회의를 열었습니다. 헌법도 정부도 아직 없던 때였습니다. 나라의 뼈대가 될 헌법을 만드는 일이 이 국회에 맡겨져 있었습니다. 참석한 의원 가운데 최연장자였던 이승만이 임시의장으로 추천되어 단상에 올랐습니다.
이승만은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늘 이 회의를 열게 된 것을 사람의 힘만으로 된 일이라고 자랑할 수 없으며, 종교와 사상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감리교 목사인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를 청했습니다. 의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이윤영 의원의 기도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기도는 대한민국 제헌국회 제1차 본회의 속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 민족을 돌아봐 주신 것을 감사했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겨레의 아픔을 거두어 달라고 구했습니다. 새로 세워지는 나라를 하나님께 의탁하는 기도였습니다.
이날 국회는 이승만을 초대 국회의장으로, 신익희와 김동원을 부의장으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17일 헌법이 공포됐고,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습니다. 그 모든 과정의 첫 문장이 감사 기도였다는 사실은, 당시 이 나라를 세운 이들이 나라의 기초를 어디에 두려 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장면이 오늘의 한국 교회에 증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은 종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가 아닙니다. 이윤영 의원의 기도도 특정 교단을 나라의 종교로 세우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세운 사람들은 나라의 운명이 사람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 겸손을 공적인 자리에서 감추지 않았습니다. 제도로서의 정교분리와, 나라를 하나님 앞에 세우려는 마음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택하신 백성은 복이 있도다"(시편 33:12). 우리가 이어가야 할 유산은 건물이나 구호가 아니라, 나라의 첫 순서를 감사와 기도로 열 줄 알았던 그 겸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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