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박해 난민 0명, 미국이 닫은 문

루카 · 2026.09.10

올해 미국이 종교 박해를 피해 재정착시킨 기독교인 난민이 사실상 한 명도 없을 전망입니다. 세계 최악의 박해국에서 신앙 때문에 도망친 사람들이 미국의 문 앞에서 돌아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록상 최소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의회 방문자센터에서, 구호단체 월드릴리프와 오픈도어 미국 지부가 공동 보고서 「황금문의 현황」 제4판을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9월 말 종료)에 오픈도어 세계 박해국 50개국 출신으로 재정착한 난민은 단 3명이었고, 그들조차 종교적 소수자가 아니었습니다. 반면 2024 회계연도에는 같은 50개국에서 약 2만 9천 명의 기독교인 난민이 재정착했습니다. 이 수치는 크리스천투데이와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등 여러 매체가 함께 전했습니다.

배경에는 정책 변화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행정명령으로 난민 재정착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대신 '부당한 인종 차별의 피해자'로 규정한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인의 재정착을 추진했고, 그 상한을 7,500명에서 1만 7,500명으로 늘렸습니다. 보고서는 남아공이 종교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내 망명 승인율도 박해국 50개국 출신 기준 2023년 58퍼센트에서 2026년 첫 9개월 10퍼센트로 떨어졌고, 인도는 62퍼센트에서 6퍼센트로 급락했습니다.

이 사안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두 축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정당한 국가적 과제가 있습니다. 국경을 지키고 망명 제도의 남용을 막는 일은 어느 정부에나 주어진 책임입니다. 신원 검증과 안보 우려는 실재하며, 느슨한 제도가 악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보고서를 낸 두 단체조차 국경 보안 강화와 제도 개혁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걸러지는 사람이 누구인가입니다. 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망명을 거부당해 파나마의 수용시설로 보내진 여성이 있었습니다. 미얀마 카렌족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해 목회자가 된 이의 공동체에서는, 합법적으로 체류하던 난민까지 구금되며 다시 박해의 두려움이 번졌다고 보고서는 전합니다. 안보를 지키려던 그물에 정작 신앙 난민이 함께 걸려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나그네를 어떻게 대하라고 말합니까.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레위기 19:34). 동시에 성경은 국가에 국경과 국민을 지킬 권한을 인정합니다(로마서 13장). 이 둘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신원을 철저히 검증하는 일과, 신앙 때문에 죽음을 피해 온 사람에게 심사의 기회조차 닫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짚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도, 국경을 지키려는 노력 자체도 아닙니다. 자비와 안보를 맞바꾸어 버린 특정 정책의 결과입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종교 박해 난민의 피난처였고, 그 일에 복음주의 교회가 앞장서 왔습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 조사에서 복음주의 성도의 70퍼센트가 난민 수용을 도덕적 책임으로 여겼고, 목회자의 87퍼센트는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재정착 우선순위로 꼽았습니다. 스스로 그 문을 닫는 것은 미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지점입니다.

오늘 우리도 기도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앙 때문에 갇히고 쫓기는 형제자매를 기억하며, 그들이 피할 길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구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 역시 탈북민을 비롯한 박해 난민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질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