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신약과 구약을 하나로 묶은 최초의 한글 완역 성경 「셩경젼셔」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성경 전체를 자기 말과 자기 글자로 읽게 된 해입니다. 한국 교회를 세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이 자리에서, 오늘은 한 인물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 어떻게 한 민족의 문을 열었는지를 봅니다.
시작은 나라 밖이었습니다. 1882년 만주에서 존 로스 선교사와 서상륜 등이 옮긴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이 나왔고, 1887년에는 신약 낱권을 모은 「예수셩교젼셔」가 나왔습니다.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온 뒤로는 서울에서 번역이 이어져, 1900년에 신약 전체를 담은 「신약젼셔」가 완성됩니다.
구약은 더 오래 걸렸습니다. 창세기와 시편이 1906년에, 잠언과 출애굽기와 사무엘서와 말라기가 1907년에, 열왕기와 이사야서가 1908년에 낱권으로 먼저 나왔습니다. 1908년 이후에는 레이놀즈 선교사와 한국인 번역위원 김정삼, 이승두가 함께 남은 부분을 옮겼습니다. 마침내 1910년에 구약 번역이 끝났고, 1911년 「구약젼셔」가 상권과 하권으로 출판되면서, 신약과 합쳐진 「셩경젼셔」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기억할 이름이 있습니다. 김정삼과 이승두입니다. 두 사람은 영국성서공회와 미국성서공회가 정식으로 임명한 번역위원이었습니다. 즉 선교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우리말 성경을 옮긴 한국인들이었습니다. 남의 손이 아니라 우리 손이 함께 빚은 성경이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이 책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국민일보가 전한 기록에 따르면, 「구약젼셔」는 나오자마자 여섯 달 만에 6,500권이 팔렸습니다. 신구약을 합한 「셩경젼셔」가 나오자 전국의 교회가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책이 남긴 것은 신앙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한성서공회의 기록은 한글 성경이 흩어져 있던 우리말과 글자를 하나로 다듬고 표준말을 퍼뜨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밝힙니다. 당시 한글은 "언문"이라 불리며 천대받던 글자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글자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경회에서 사람들은 말씀을 스스로 읽기 위해 한글을 익혔습니다. 배움의 기회에서 밀려나 있던 여성과 평민이 성경을 통해 글을 깨쳤습니다. 성경이 신앙의 문만 아니라 배움의 문을 함께 연 것입니다.
이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증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한 민족의 언어 속으로 들어와 그 민족을 새롭게 세웁니다. 번역자들의 오랜 수고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손에 든 성경도 없었을 것입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이사야 40:8) 사람은 가도 말씀은 남았고, 그 말씀이 한글과 함께 이 땅에 뿌리내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유산은, 그 말씀을 다시 다음 세대의 언어로 살아 있게 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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