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하나님의 임재 연습, 부엌의 기도

루카 · 2026.08.31

한 수사가 수도원 부엌에서 냄비를 닦으며 드린 것이 예배였다면, 우리는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17세기 프랑스의 로렌스 형제가 남긴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그에게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시간과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둘 다 똑같이 하나님 앞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형제는 17세기 초 프랑스에서 태어나 169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본명은 니콜라 에르망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삼십 년 전쟁에 군인으로 참전해 부상을 입었고, 고통스러운 회복을 거친 뒤 파리의 카르멜 수도회에 평수사로 들어갔습니다. 수도원에서 그가 맡은 일은 주방의 허드렛일과 신발 수선이었습니다. 대단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그가 남긴 저술이 아니라, 그의 삶에 감명받은 동료 조제프 드 보포르가 로렌스와 나눈 대화와 그가 남긴 편지를 사후에 모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이 삼백 년 넘게 읽히는 이유는 특별한 신비 체험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로렌스가 붙든 것은 지극히 단순한 한 가지였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의식을 일상 전체로 넓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도를 하루 중 따로 떼어 둔 시간으로만 여깁니다. 예배당에서, 조용한 새벽에만 하나님을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로렌스는 그 경계를 지웠습니다. 그에게는 냄비를 닦는 순간에도, 사람을 상대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이 함께 계셨고, 그 임재를 의식하는 일이 곧 기도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로렌스도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 역시 두려움과 흔들림의 시기를 지났습니다. 다만 그는 넘어질 때마다 다시 하나님께 마음을 돌이키는 일을 지치지 않고 반복했고, 그 반복이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이 되었습니다. 거룩함은 극적인 순간에 단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돌이킴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물론 분별할 지점도 있습니다. 로렌스는 가톨릭 수도 전통 안에 서 있던 인물입니다. 그의 언어와 영성에는 개혁주의 신앙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우리의 수행이나 공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로 주어진 것임을 분명히 붙듭니다. 또한 여기 소개한 그의 이야기와 표현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한 신앙인의 기록이라는 점도 밝혀 둡니다. 그럼에도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경의 명령을 삶의 리듬으로 살아 낸 그의 성실함은, 오늘 우리가 정직하게 배울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나의 오른쪽에 계시므로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시편 16:8). 항상 앞에 모신다는 것, 그것이 로렌스가 부엌에서 연습한 일이었습니다.

이 책을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하나님을 예배당 안에만 모셔 두고, 일터와 부엌에서는 혼자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