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아이티에서, 폭력을 피해 교회로 숨어든 사람들이 그 교회 안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8월 23일 밤부터 24일 아침까지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켄스코프 지역을 무장 갱단이 습격해, 최소 47명이 숨지고 50명이 넘는 사람이 납치되었습니다. 희생자 가운데는 어린이도 다섯 명 이상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엔은 이를 근년 아이티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집단 납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습격을 벌인 것은 '비브 안삼'으로 불리는 갱단 연합입니다. 이들의 주된 표적 가운데 하나가 '신약의 방주'라는 현지 복음주의 교회였습니다. 포르토프랭스의 폭력을 피해 온 실향민 가정들이 이 교회의 기도처에 숨어 있었는데, 그 담장 안에서만 최소 22명이 처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갱단은 스물다섯 채가 넘는 집에 불을 질렀고, 한 갱단 지도자는 진압에 나서면 인질을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이 학살을 규탄했습니다. 이상은 AP와 워싱턴포스트, NPR, 그리고 국제기독연대 등 여러 매체의 보도를 교차 확인한 내용입니다.
이 사건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생자들이 신앙 때문에 표적이 된 종교 박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교회가 표적이 된 것은 그곳이 갈 곳 없는 사람들의 피난처였기 때문입니다. 아이티의 비극은 특정 종교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국가의 공권력이 무너진 자리를 갱단이 장악하면서 벌어진 무법의 참사에 가깝습니다. 빈곤과 정치 불안, 치안 붕괴가 얽힌 복합적인 위기입니다. 이 점을 흐리면 사건의 실체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나 실체가 그렇다고 해서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무겁습니다.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기에 무죄한 피를 흘리는 일을 하나님이 미워하신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리고 성경은 공권력이 왜 존재하는지도 말합니다. 권세는 선을 행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악을 제어하라고 세워진 하나님의 질서입니다(로마서 13:3-4). 그 질서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죽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사람들입니다. 켄스코프의 어린이들과 실향민들이 그것을 증언합니다.
교회는 세상의 피난처가 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피난처가 무너지는 자리에서, 우리는 참된 피난처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배웁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편 46:1).
우리가 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티의 유가족과 아직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위해, 그리고 무너진 공권력이 회복되어 약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안전한 예배당에서 마음 놓고 드리는 기도가 이 땅 모든 곳에서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켄스코프의 교회가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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