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 다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매달 열어 온 정례 기자회견입니다. 탈북민 이선희 여사를 비롯한 발언자들이 마이크를 잡았고, 성명서가 낭독된 뒤 중국대사관 측에 전달됐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새로 터진 날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매달 같은 자리에 섭니다.
성명서는 중국의 태도를 정확히 짚습니다.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 불법월경자로 규정합니다. 개별 난민심사도 하지 않은 채 체포하고 구금한 뒤 북한으로 돌려보냅니다. 유엔난민기구의 접근과 보호 활동도 제한합니다. 성명서는 묻습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어떤 일을 당하는지 정말 모르는가.
그 답은 이미 여러 차례 증언된 바 있습니다. 강제북송된 탈북민은 조사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 장기 구금과 강제노동, 수용소 수감을 겪습니다.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한국인, 혹은 기독교인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 더 가혹한 처벌이 뒤따르고, 최악의 경우 처형에까지 이릅니다. 중국에서 임신한 채 송환된 여성들에게는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라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인권유린이 가해진다는 증언도 나와 있습니다.
이 회견을 여는 사람들의 요구는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중국 정부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지켜 강제북송을 중단할 것, 구금된 탈북민을 석방하고 유엔난민기구의 접근을 보장할 것,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 문제에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 새로운 요구가 아닙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 온 요구입니다.
바로 이 반복이 이 사안의 본질을 보여 줍니다. 한 번의 기자회견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매달 같은 자리에 섭니다. 국제 정치의 큰 흐름 속에서 탈북민 개개인의 생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습니다. 이 사안이 언론의 큰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는 달에도, 중국 어딘가에서는 붙잡힌 탈북민이 북송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성명서는 한 문장으로 이 문제의 성격을 정리합니다. 탈북민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에 정파와 이념이 있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생명을 죽음의 땅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인간 존엄에 관한 최소한의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잠언 24장 11절과 1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지며 살륙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치 말라. 네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노라 할지라도 마음을 저울질하시는 이가 이를 아시지 못하겠느냐. 이 말씀은 우리가 몰랐다고 발뺌할 수 없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알게 된 이상, 눈을 돌릴 자유는 없습니다.
오늘 한 가지만 기억해도 됩니다. 이 회견은 다음 달에도 같은 자리에서 열릴 것입니다. 그 자리를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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