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가자 평화안, 무장 해제가 먼저인가

루카 · 2026.08.18

미국이 내놓은 가자지구 평화 구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재러드 쿠슈너 미국 중동 특사가 8월 16일 이집트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직접 만났고, 하루 뒤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습니다. 이틀에 걸친 연쇄 회동이었지만 양쪽의 입장 차이만 확인됐습니다.

로이터·AP·AFP 통신 보도를 전한 경향신문, 아주경제, 이데일리 등의 국내 보도를 종합하면 사실 관계는 이렇습니다. 쿠슈너 특사는 16일 이집트 지중해 연안 도시 엘알라메인에서 하마스 지도자 칼릴 알하이야 등과 두 시간 넘게 만났습니다.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중재국 관계자와 평화위원회 인사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미국 고위 인사가 하마스 지도부를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논의의 중심은 미국이 주도한 15개항 로드맵입니다. 하마스가 단계적으로 무기를 내려놓는 동시에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멈추고 물러난다는 내용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9일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마스가 완전히 무장을 해제할 때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마스는 로드맵을 이행할 뜻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멈추고 이른바 황색선 밖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리하면 쟁점은 하나입니다. 무장 해제가 먼저인가, 철수가 먼저인가.

양측의 논리에는 각각 근거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 기간에 조직을 다시 세워 왔다고 봅니다. 무기를 남겨 둔 채 물러나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판단입니다. 하마스는 공습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먼저 무장을 내려놓는 것은 일방적 항복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로드맵 거부를 비판했습니다.

성경은 평화를 선언이 아니라 상태로 다룹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당시 지도자들을 이렇게 고발했습니다.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예레미야 6:14). 상처를 덮어 둔 채 평화를 선포하는 일을 하나님은 거짓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의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무기를 쥔 쪽이 그 무기를 실제로 내려놓지 않는 한, 합의문의 서명은 평화가 아니라 다음 전쟁까지의 간격일 뿐입니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협상에서 값을 매길 카드가 아니라 평화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 전쟁이 2023년 10월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그 판단의 근거입니다.

동시에 가자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숫자로만 취급해서도 안 됩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은 같습니다. 무장 조직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일과 그 아래서 살아온 주민들의 생명을 귀히 여기는 일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놓고 기도합시다. 첫째, 무장 해제가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행되어 이 전쟁이 다시 시작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둘째, 가자와 이스라엘 양쪽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이 닿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