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제인 에어, 로우드에 있던 두 종교

루카 · 2026.08.08

『제인 에어』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교실 한가운데 세워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헬렌 번즈입니다. 사소한 실수로 벌을 받으면서도 그는 항의하지 않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제인은 분노합니다. 이 장면이 이 소설의 신앙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제인 에어』는 1847년 영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저자 샬럿 브론테는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을 썼습니다. 소설 속 로우드 기숙학교는 상상의 산물이 아닙니다. 창비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샬럿은 여덟 살 때 자매들과 함께 카우언브리지의 성직자 자녀 기숙학교에 입학했고,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두 언니가 이듬해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우드는 그 학교의 재현입니다.

로우드에는 두 개의 종교가 있습니다. 하나는 학교를 운영하는 브로클허스트의 종교입니다. 그는 가난한 여학생들에게 검소와 인내를 설교합니다. 머리카락을 자르게 하고 옷차림을 단속하며, 굶주림조차 영혼에 유익하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 가족은 값비싼 옷을 입고 학교를 방문합니다. 신앙의 언어가 아이들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이고, 그 부담은 언제나 힘없는 쪽이 집니다.

다른 하나는 헬렌 번즈와 템플 선생의 신앙입니다. 헬렌은 부당한 벌 앞에서도 사람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의 견딤은 체념이 아닙니다. 자신을 평가하는 최종 권한이 학교 관리자에게 있지 않다는 확신에서 나옵니다. 템플 선생은 모함받은 제인을 끝까지 지켜 냅니다. 학대 속에서 자란 제인의 마음에 복수 대신 사랑이 심어진 것은 이 두 사람을 통해서였습니다. 헬렌은 학교에 번진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지만, 제인은 그에게서 배운 것으로 평생을 살아갑니다. 뒷날 제인이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손필드를 떠나는 결단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는 자기를 지켜 주는 규범이 자기 밖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기독교를 공격한다고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브론테가 겨눈 것은 신앙 자체가 아니라 신앙을 권력으로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수님도 같은 것을 지적하셨습니다. "또 무거운 짐을 묶어 사람의 어깨에 지우되 자기는 이것을 한 손가락으로도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며"(마태복음 23:4). 브로클허스트는 이 문장의 정확한 초상입니다.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참된 신앙은 약한 자에게 짐을 지우고 강한 자를 면제해 주지 않습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제인 에어』는 사랑 이야기로만 읽히기 쉬운 소설입니다. 그러나 로우드의 두 장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종교의 이름이 사람을 세우는 데 쓰였는지, 누르는 데 쓰였는지가 그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 하나를 남깁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절제와 인내를, 나는 같은 기준으로 나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