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호르무즈 재개방 합의, 무엇이 남았나

루카 · 2026.08.05

미국과 이란,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 합의에 근접했고 미국이 현지 시간 5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파이낸셜뉴스와 경향신문이 미국 매체 악시오스의 4일 보도를 인용해 전한 내용입니다. 전쟁으로 막혔던 뱃길이 열린다는 소식이지만, 합의 조건을 뜯어보면 함께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보도된 합의안의 뼈대는 이렇습니다. 우선 60일간 임시 통항 체제를 두고, 이 기간에는 통행료나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은 이란 영해 쪽 북쪽 항로를, 나오는 선박은 오만 영해 쪽 남쪽 항로를 이용합니다. 이란과 오만은 30일 안에 해협 중앙 항로의 기뢰 제거에 착수하고, 중앙 항로가 복구되면 별도의 영구 합의에 따라 전쟁 이전처럼 그 길을 쓰게 됩니다. 악시오스는 이 안이 이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닙니다. 한국일보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4일 취재진에게 협상에 진전은 있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란 외무장관이 동의했더라도 최고지도자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합의 근접 보도이지 발효된 조약이 아닙니다.

핵심 쟁점은 통항의 자유입니다. 미국은 종전 양해각서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한다는 입장이고, 이란은 자국이 해협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을 가진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 임시안은 그 두 주장 사이에서 이란 영해를 통과하는 경로를 사실상 공식화합니다. 합의를 옹호하는 쪽은 봉쇄가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와 인명 피해가 커지므로 60일이라도 뱃길을 여는 것이 실익이라고 봅니다. 우려하는 쪽은 전쟁 이전에 없던 통제권을 이란이 인정받는 선례가 남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이 1단계이고 2단계는 비핵화라고 말했지만, 그 2단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스스로 덧붙였습니다.

성경은 서둘러 봉합한 평화를 경계합니다.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예레미야 6:14). 예레미야가 꾸짖은 것은 평화를 원한 마음이 아니라, 상처를 덮어 놓고 평화를 선언한 태도였습니다. 이사야는 공의의 열매가 화평이라고 했습니다(이사야 32:17). 순서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총성이 멎는 것을 환영하되, 핵 문제라는 상처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이번 합의를 최종 해결로 부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60일은 문제를 푸는 시간이어야지, 문제를 미루는 시간이어서는 안 됩니다.

두 가지를 위해 기도합시다. 첫째, 해협을 오가는 선원들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국은 원유의 상당량이 이 길을 지나는 나라이고, 그 배 위에는 우리 국민도 있습니다. 둘째, 임시 합의가 비핵화라는 본론으로 이어지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발표를 볼 때, 무엇이 합의됐는지와 함께 무엇이 60일 뒤로 미뤄졌는지를 같이 읽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