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TAGE

토마스, 대동강에서 건넨 성경

루카 · 2026.08.04

루카저널은 오늘부터 한국 교회를 세운 사람들의 발자취를 순서대로 싣습니다. 첫 사람은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입니다. 그는 1866년 초가을 평양 대동강에서 죽었고, 조선 땅에서 죽은 첫 개신교 선교사로 기록됐습니다. 그가 강변에 뿌린 한문 성경은 그가 죽은 뒤에야 열매를 맺었습니다.

토마스는 1839년 영국 웨일스에서 회중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런던 대학에서 신학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런던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1863년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조선을 처음 밟은 것은 1865년입니다. 황해도 연안과 백령도 일대에 머물며 한문으로 된 성경을 나눠 주었습니다. 조선어를 배우려 애썼다는 기록도 그의 서한과 선교회 문서에 남아 있습니다.

1866년의 조선은 외국인에게 가장 위험한 땅이었습니다. 그해 초 천주교인을 대대적으로 처형한 병인박해가 있었고,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절정에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프랑스 함대의 통역으로 조선에 들어가려다 그 계획이 무산되자, 8월 9일 중국 지푸를 떠나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에 통역으로 올랐습니다.

이 배는 무기를 실은 무장 상선이었습니다. 셔먼호는 돌아가라는 지방 관리들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하고 대동강을 거슬러 올랐고, 순찰을 돌던 중군 이현익을 배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중군은 지방 군영의 지휘관입니다. 여기서부터 충돌은 되돌릴 수 없게 됐습니다. 총격이 오갔고, 배는 모래톱에 얹혔습니다. 조선 관민은 솔가지를 쌓은 작은 배들에 불을 붙여 셔먼호로 떠내려 보냈습니다. 배는 불탔고 탑승자는 전원 죽었습니다. 최후의 날짜는 사료마다 달라 9월 2일에서 5일 사이로 기록돼 있습니다.

토마스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1928년 오문환이 생존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모아 남긴 기록이 가장 자세합니다. 그가 한 손에 백기를, 한 손에 성경을 들고 강변으로 나와 "예수"를 외치며 책을 뿌렸고, 자기를 찌르려는 군인에게 성경을 받으라고 권한 뒤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는 내용입니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1895년에 남긴 기록에도 백기를 흔들며 강변에 이른 사람이 있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셔먼호 쪽 생존자가 한 명도 없어, 그 장면을 완전히 복원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종실록〉은 이들이 붙잡혀 강변에서 죽었다는 사실만 기록했습니다.

그의 죽음을 순교로 볼 수 있는가를 두고는 평가가 갈립니다. 이만열·한규무·옥성득 등은 중무장한 상선을 타고 들어온 이상 그 죽음을 순교로 부르기 어렵다고 봅니다. 반면 박용규는 1865년과 1866년 두 차례 입국의 동기가 선교였다는 사실이 그의 서한과 런던선교회 문서로 확인되고 실제로 성경 반포가 이뤄졌으므로 순교로 보아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다만 한국 교회가 그를 처음부터 순교자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사기〉는 그의 피를 "예수교의 파종한 의혈"이라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건넨 책이 남았습니다. 열두 살 소년 최치량은 그날 성경 세 권을 받았습니다. 가지고 있기가 두려워 넘겼는데, 그것을 받은 박영식이 낱장으로 뜯어 대동문 안 자기 집 벽에 발랐습니다. 그 방은 성경으로 도배된 방이 됐습니다. 훗날 믿는 사람이 된 최치량은 그 집을 사서 여관을 열었고, 평양에 처음 들어온 언더우드와 마포삼열, 한석진이 그 여관에 묵으며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최치량은 1894년 1월 평양에서 처음 세례를 받은 일곱 사람 중 하나가 됐습니다. 셔먼호에서 이현익을 구해 낸 박춘권도 뒷날 평양 지역의 초기 신자가 되어 안주교회를 섬겼습니다. 1893년 마포삼열은 평양의 세례 준비반 스물두 명 가운데 토마스에게 성경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 토마스의 선교는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조선말로 한 문장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세운 교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던진 책은 벽에 발린 채 남았고, 그 벽 앞에서 조선의 첫 교인들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이어받을 유산은 성과가 아니라, 결과를 보지 못한 채 뿌린 그 씨앗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