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연임 개헌 논란과 헌법 128조 2항

루카 · 2026.07.29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이 가능한지를 두고 정치권이 이틀째 충돌하고 있습니다. 발단은 국회의장의 답변이었고, 청와대는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 논쟁의 본질은 특정 정치인의 속내가 아니라, 헌법이 왜 권력에게 스스로를 제한하라고 요구하는가입니다.

사실관계부터 정리합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7월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을 개헌의 적기로 제시하며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개헌에 대한 우려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과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국회의장실은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가 전제라는 원론적 설명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MBC와 문화일보 등이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7월 29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연임 개헌은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지금도 입장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헌법 128조 2항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역사적 합의라고 말했습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이데일리, 뉴스핌이 함께 전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연임은 없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논쟁의 중심에 있는 헌법 128조 2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개정을 제안한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헌을 해도 그 이익을 제안자 본인은 가져갈 수 없게 못 박은 조항입니다.

쟁점은 두 갈래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이 이미 불가하다고 밝혔는데도 정치 공세로 소비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개헌 자체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나 선거관리 제도 같은 다른 현안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야당은 의장의 답변이 원론이 아니라 방향 제시였다고 봅니다. 학계에서도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을 두 차례로 나누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도 있으나 그 과정에서 입을 정치적 타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문화일보 보도입니다.

성경은 권력의 자기 제한을 국가 운영의 기본으로 제시합니다. 신명기는 이스라엘에 왕이 세워질 경우를 미리 규정하면서, 왕이 즉위하면 율법서를 직접 옮겨 적어 평생 곁에 두고 읽으라고 명령합니다. 이유도 분명합니다. "그의 마음이 그의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신명기 17:20). 왕에게 법을 읽히는 목적이 통치 능력 향상이 아니라 교만 방지였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128조 2항은 특정 정권을 불신해서 만든 조항이 아닙니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기에게만은 예외를 적용하고 싶어진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판단에서 나온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작동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집권하든 임기 연장을 본인이 제안하는 순간 정당성은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 원칙이 지켜졌는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만 확인됩니다. 선언은 되돌릴 수 있지만, 조항을 건드리지 않은 개헌안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두 가지를 붙들고 기도하기를 권합니다. 첫째, 개헌 논의가 필요한 제도 개선에 집중되고 임기 문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둘째, 이 사안을 진영의 유불리로만 보려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함께 점검합시다. 남의 권력에는 128조를 요구하면서 내 편의 권력에는 예외를 허용하려 한다면, 성경이 경고한 그 교만은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