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홍해 유조선 피격, 유가 100달러의 무게

루카 · 2026.07.25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우회 수출로인 홍해까지 위협받게 되면서 중동발 공급 불안이 한 단계 더 깊어졌습니다.

사실 관계부터 정리합니다. 현지 시간 23일, 후티는 사우디 유조선 엔셀리아호와 라일라호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우디 국영 통신도 엔셀리아호가 항해 중 피격돼 선수 부분에 불이 났다고 확인했으며, 승무원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브렌트유 9월물은 장중 배럴당 100.05달러까지 올라 5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도 91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남부 홍해 항로를 지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일부 선사의 경우 두 배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한국일보,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뉴스핌, 해사신문 등의 보도를 교차 확인한 내용입니다.

이 공격이 단순한 선박 피격 이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뒤 사우디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송유관으로 홍해 연안까지 보낸 다음,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수출해 왔습니다. 막힌 길을 대신하던 우회로마저 공격 범위에 들어온 것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후티의 봉쇄 선언 이후 최소 일곱 척이 이 해협 통과를 포기하고 항로를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강경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를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규정하며 다시 공격이 있을 경우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고,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같은 기조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내 미군 기지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은 분명합니다. 한쪽은 항행의 자유를 무력으로 차단하는 행위를 방치하면 더 큰 도발을 부른다며 확실한 억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쪽은 미국의 대규모 타격이 이란의 보복을 부르고, 그 대가는 결국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원과 중동의 민간인, 그리고 에너지를 수입해 사는 나라의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봅니다. 두 주장 모두 근거가 있습니다. 억지가 없으면 도발이 커지고, 절제가 없으면 전쟁이 커집니다.

성경은 무력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로마서 13장 4절은 통치 권세가 칼을 헛되이 가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무고한 항해를 공격하는 행위를 막는 일은 공권력의 정당한 몫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동시에 전쟁의 뿌리를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부터 다툼이 어디로부터 나느냐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냐"(야고보서 4:1). 무기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진단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억지력의 필요를 인정하되, 억지력이 평화를 만들어 낸다고 착각하지 않습니다. 힘은 폭력을 늦출 뿐이고, 마음을 바꾸는 일은 하나님께 속합니다.

기도 제목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홍해와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의 선원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중에는 한국 선사에 소속된 이들도 있습니다. 둘째, 미국과 이란 양측의 결정권자들이 자존심이 아니라 인명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유가 상승이 생활비로 돌아올 때, 그 부담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웃이 누구일지 한 번 헤아려 보는 일도 오늘의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