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미국·사우디 원자력 협정, 무엇이 걸렸나

루카 · 2026.07.24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원자로를 지을 법적 근거가 생겼고, 동시에 중동 핵 확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이 협정이 무엇을 열었고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 봅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현지시간 7월 22일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과 이에 딸린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한국경제와 이데일리, 뉴스핌 등이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 협정은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해 흔히 123 협정으로 불립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입니다. 협정안은 미 의회로 넘어가 약 90일간 심사를 받으며, 이 기간에 상·하원이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발효됩니다. 미 에너지부는 이 협정이 수십 년에 걸친 수십억 달러 규모 협력의 토대가 되고 원자력 안전과 비확산 기준을 높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찬성 논리는 분명합니다. 사우디는 어떤 형태로든 원자력을 추진할 것이고, 미국이 빠지면 그 자리를 러시아나 중국이 채우게 됩니다. 그럴 바에는 비확산 기준이 가장 엄격한 미국의 관리 아래 두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안전조치 협정이 함께 서명된 것도 그 맥락입니다.

우려도 가볍지 않습니다. 핵심은 우라늄 농축입니다. 사우디가 자국 안에서 핵연료를 직접 농축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내 핵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점도 예민합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압박하며 군사 작전을 이어 가는 국면에서 체결됐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지도부는 과거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자국도 같은 길을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한쪽의 핵을 막기 위해 다른 쪽에 원자력 기술을 넘기는 구도가 장기적으로 안정을 가져오는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힘 자체를 악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땅을 다스리라고 맡기셨고,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쓰는 일은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힘이 아니라 힘을 쥔 손입니다. 바벨탑 사건에서 하나님이 문제 삼으신 것은 벽돌 굽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 기술로 "우리 이름을 내고"(창세기 11:4) 스스로 하늘에 닿으려 한 마음이었습니다. 다윗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병거,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시편 20:7).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봅니다. 자유 진영의 기술이 엄격한 검증 장치와 함께 가는 것은, 아무 기준 없이 퍼지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만 그 검증이 형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미 의회의 90일 심사에서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조건이 문서로 분명해져야 합니다. 힘의 확산은 반드시 책임의 확산과 함께 가야 합니다. 한국도 원전 수출국이자 미국과 원자력 협력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가지를 기도 제목으로 나눕니다. 중동의 핵 경쟁이 더 번지지 않도록, 그리고 이 협정을 심사할 미국 의회와 우리 정부의 판단에 지혜가 있도록 기도합시다. 실천 하나를 덧붙입니다. 관련 뉴스를 볼 때 찬반 진영의 제목만 훑지 말고, 실제 협정에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 한 문단이라도 확인해 보십시오. 사실을 확인하는 습관이 곧 분별입니다.